2013년 8월, 대한민국은 이정희대표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2016. 11. 24. 17:56카테고리 없음


'이카로스의 감옥'은 정말 머릿말부터 마지막 장까지 쾌속열차를 타듯, 읽는 나조차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읽어넘기는 책이었습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아, 그래, 나는 이 대목에 그 자리에 있었지'라며 돌아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역사의 한가운데에, 동지와 함께하는 반독재,반파쇼,반민족행위,반인권 투쟁의 한가운데에 함께 있었구나 라는 자긍심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분단조국의 현실, 미국의 이익에 의해 좌우되는 약소국의 아픔까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름아닌 색깔론, 종북공세로 공격당하는 대상에 대해 이 사회가,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어디까지 비겁해지고 잔혹해지며 수구세력을 도와 얼마나 그들의 뜻에 부역하며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지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부역세력,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그 잘못을 인정해 버리면 그동안 자신들이 행했던 부역행위를 낱낱이 토해내야 하고, 그것은 곧 역사속에서 사라짐을 뜻하는 것을 부역세력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백산맥 문학관' 에서 본, 색깔론으로 공격당하는 조정래를 또다시 공격하는 '진보 지식인'의 행태를 봤습니다. 역사도 ,반역도, 부역도 반복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끝내 민족반역행위와 수구세력을 돕는 부역에 정면으로 맞서고 견디고 싸우는 자들이 이겨 왔음을 다시한번 단호히 확인합니다.

저는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그 '할 일'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영상 촬영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12장 생각을 처벌하다, 그리고 13장 억울하다 미안하다 괜찮다 를 주목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5월 12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의 이석기의원 초청 강연회 자리를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담담하지만 자세히 묘사하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인터뷰, 특히 이상호 구속자의 심경까지 읽고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책에서도 내란조작 피해자 가족들은 특히 내란조작사건 이후로 무언가를 기록남기길 싫어하고, 정기적으로 집에 있는 ,당장 생활에 불필요한건 강박관념적으로 다 버려 집에 추억이 쌓일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대목을 읽고 저는 역발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내가 그 강연회를 한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면,그래서 내가 가서 5월 12일의 그 강연회를 촬영하고, 전반적인 풍경들을 스케치촬영 할 수 있었다면 내란음모 조작사건 초기에 당이 좀 더 효율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라는 건 '워딩'으로만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눈빛, 표정, 제스쳐, 당시 현장의 분위기, 듣는 사람의 의식수준 등등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 민감한 시국에 그렇게 민감해질 수 있는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국정원은 비록 저품질이나마 녹음 파일(영상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국정원이 직접 했었죠) 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쪽에서는 그 강연을 기록한 그 어떤 멀티미디어 자료도 없다는 것, 그 순간 이미 우리에게는 재판정에서의 어떤 유리한 고지도, 여론전에서의 그 어떤 승리적 계기도 만들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강연을 촬영한 영상 파일 하나만 있었으면 국정원의 녹취로 조작을 더욱 쉽게 극복해 낼 수 있었음은 물론, 그 자리가 자당의 국회의원을 초청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비전을 듣는 '정상적'인 강연이었음을, 그리고 통합진보당 간부 하나하나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질적이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역으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꽉 채우고 나서 1년 이상 보관해 두었던 저의 하드디스크를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했습니다.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정말 활을 떠난 활시위가 탄력받아 날아가듯 해치운 작업이었습니다. 

2012년 8월 28일 이석기의원실 압수수색부터 9월 4일 이석기의원 강제구인에 이르기까지 통합진보당 대표가 기회 있을때마다 했던 대국민 발언 중 핵심 내용들만 추려 봤습니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가 없어지고, 발언 전문 내용을 검색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언론기사에 부분 발췌한 내용으로 끼워맞추기도 하고, 그나마 없는 건 녹취작업으로 직접 타이핑해서 자막을 넣었습니다.

화려한 화면전환도, 세련된 자막편집도, 강조해야할 부분을 강조한 화면효과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의 긴장감과 분노, 그리고 동지와 함께 싸운 시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을 수 있는 9분의 시간일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두개의 연설은 이석기의원이 체포동의안 처리 전후에 발언한 내용으로 꾸려 보았습니다.

작업을 다 마치고 난 후의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2013년 8월, 그리고 9월에 국정원의 말을 듣고 통합진보당을 거리두고 배제하고 왕따시키는 대신 이정희 대표의 말을 듣고 국정원해체를 향해 8월 27일과 다름없이 나섰다면 그때 박근혜정권을 퇴진시킬 수 있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갑니다.